[STORY]회화 작가 '유리나'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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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인 성수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이브인과 인연을 맺게된 유리나 작가. 작품에서 보여지는 섬세함과 대담함에 매료되었는데요. 친숙하면서도 낯선 화풍을 보며 어떻게 이런 작업을 하게되었는지 궁금증이 모락모락 피어나던 찰나. 서천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유리나 작가를 서울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기록해 전합니다.



작가님은 어떤 학창 시절을 보내셨나요?

대학 때 회화과를 전공했어요. 그런데 학교에 적응을 잘 못했어요. 친구들을 잘 못사귀고 휴학을 3년이나 했어요. 그런데도 그림은 그리고 싶었던거 같아요. 그러다 "학교가 싫으면 외국으로 나가자" 고 생각했고요. 제일 잘하는 말이 일어기도 하고 일본미술에도 흥미가 있어서 한국의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로 일본에 국비유학생으로 갔어요. 일본에서 석사를 하게 된 학교에서는 그야말로 서바이벌 이었어요. 교수님께 선택을 못받으면 학교를 못다니는 시스템이예요. 



교수님께 선택을 받아야한다니 굉장한데요? 

네, 그런 부분은 살벌했지만 가장 좋은 점은 교수님과의 거리가 가깝다고 해야하나요. 한번 교수님과 인연을 맺으면 상담도 수월하고 그림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좋아요. 한국에 비해 교수가 많기도 하고요. 각자 스타일이 달라서 맘에 드는 교수님께 물어볼 수 있었어요. 물론 답답한 것도 있어요. 예를 들면 입시서류를 다 손으로 써야해요. 박사과정 중 연구 계획을 쓸 때 연필로 쓴 다음 볼펜으로 썼어요. 수정도 거의 하면 안되고요. 아직도 팩스를 많이 쓰고 문명과 거리가 먼 느낌이죠. 학교도 도쿄 외곽에 있었어요. 


한국에서보다 더 힘든 생활이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잘 해보고 싶다는.. 뭔가 스스로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던것 같아요. 거기서도 내가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다보니 제 스스로 문을 두드려야 열리더라고요. 교수님께 찾아가서 박사과정을 밟고 싶다고 말씀도 드리고, 일본에서 갤러리도 제가 알아보며 일본에서 전시도 했어요. 이런 점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이었지요. 



당시 작업했던 주제나 스타일이 있었나요? 

항상 저는 저를 둘러싼 환경을 주제로 다뤘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일본이 혼자서 시간을 보내기 좋고, 1인 가구도 많고 그래서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법을 잘 익혔어야 했거든요. 나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과 공간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했던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저는 감정은 오히려 배재하는것 같아요. 그 상황에 대해서 제가 어떤을 감정을 대입해서 그리지 않았어요. 지금은 저를 둘러싼 주변의 현장감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 보았던 것들을 스스로 재구성하면서 저만의 스타일을 넣으며 그림을 완성하는 편이예요.



한국으로 돌아와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2018년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에 1년동안 작업실 얻고 학원에서 애들을 가르치면서 지냈어요. 그런데 재미가 없더라구요. 저한테 잘 안맞는것 같았어요. 그러다 2019년 가을에 시골 한달살기를 시작했어요. 장소는 '서천'이였어요. 놀랍게도 거의 무료로 생활이 가능해서 "한달정도만 있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혼자 내려갔어요. 그렇게 한달살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1년 반이 지나갔고 어느 날 서천 구청에서 집을 빌려주겠데요. (웃음) 월 5만원만 내면된다고 말하면서요. 


상대적으로 저보다 젊은 사람들이 없어서 일이 조금씩 들어왔어요. "수업을 해달라." 이런식으로요. 서울보다 일 찾기가 쉽더라고요. 벽화 경관사업비가 나오면 벽화도 하고, 수업도 하고요. 꽤 서천에 살고 계신 어르신 분들께서 그림에 대한 갈망과 열망이 있으세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수업을 해달라는 분도 계셨어요. 무엇보다 지출이 적어지니까 물욕도 없어져요. 서천을 가서 처음으로 트레이닝 바지를 입어봤죠. 시간도 여유가 생기고요. 



지금의 남편분도 서천에서 만나셨다고요?

네 맞아요. 서천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인연을 만나게 되었고요. 지금 제 평생의 반려자가 되었어요. 


다이브인 유리나 아트스테이 부산 2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대부분의 작가들이 도심에 있는건 아무래도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저는 작품 제작을 하는건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서천에서 하고 있어요. 물론 작업은 만족하는데 작품을 보여주는데 있어서는 아무래도 불편을 겪고 있거든요. 도심으로 모든 인프라가 몰리는 것도 이해하지만 한편으로는 제 나름대로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의 활동 방향을 모색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남는 빈집 빈창고를 활용해서 갤러리를 만든다거나, 오일장하고 같이 전시 순회전을 한다는 식으로요.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만 해볼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