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차를 더 쉽고 재밌게, 티 소믈리에 '양미정'

2021-08-03
조회수 2503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티 소믈리에 양미정입니다.

'차 한 잔이 생각나는 시간'이란 뜻을 담은 '티어클락(Tea O'clock)'이란 브랜드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고요. 주로 티클래스로 많은 분들을 만나며 차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2019년 가을, 양미정 티 소믈리에와 첫 인연을 맺은 다이브인 이너스페이스에서)



티 소믈리에일을 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약 7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었고요. 음반 & 공연기획사에서 2년, 그리고 음반배급사에서 5년을 일했어요. 주로 마케팅과 홍보 쪽을 담당했었고요.



음반배급사에서 일을 하다가 티 소믈리에를 하고 싶다고 결심한 계기나 사건이 있다면요?

이전에 다니던 직장도 제가 중고등학교 때부터 꿈꾸던 드림잡이긴 했었는데, 회사를 다니던 도중 스리랑카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 때는 그저 스리랑카에서 마셨던 홍차가 너무 맛있어서 알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이, 점점 차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좋아지고, 차와 관련된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게 되면서 이 쪽으로 더 마음이 기울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도중 건강이 좀 좋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이 때다 싶어 차를 테마로 해서 여행을 떠났어요. 여행을 떠났던 여러 나라 중, 영국에서 차 수업을 들었는데 그 때 만난 선생님이 보여주신 차에 대한 열정에 반해 나도 이 일을 하고싶다고 생각했었죠. 

 


차(tea)를 공부하는 시간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요?

차를 처음으로, 그리고 제대로 접하게 되었던 스리랑카를 전 잊을 수 없어요. 처음에 스리랑카에 여행가기로 했었을 땐, 그 나라에 대해서 정말 1도 모르던,,, 이름밖에 몰랐던 그런 저였는데, 그 곳에서 홍차를 마시고 너무 좋아서 스리랑카라는 나라까지 사랑하게 되었어요. 첫 여행 이후 두 번째 갔었을 때는 다원 위주로 여행을 했었는데요. 


어쩌면 커피보다 비싸게 체감되던 차를 따던 사람들이 종종 생각나요 전. 특히나 차를 마실 때면 더요. 우리가 집에서 편히, 또는 어느 카페에서던 흔하게 마실 수 있는 홍차 한 잔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직접 보니 고마운 마음이 들고 심지어는 미안한 마음까지 들더라고요. 스리랑카에서 차를 따는 사람들을 사실 큰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힘든 삶을 살고 있어요. 우리가 느끼는 차에 대한 이미지와는 다른 그런 모습이었죠. 




다원에 갈 때마다 종종 다원 내에 사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모든 아이들은 아니었지만 종종 제게 뭔가를 원하는 듯한 그런 아이들이 있었어요. 지역의 위치상 쌀쌀한 날씨가 꽤나 이어지는 곳이었는데, 낡은 쪼리에 헤진 옷를 입고 저를 졸졸 따라오더라고요. 심지어 학교에 가야하는 날인데도 교실에 있어야할 아이가 밖에서 있었죠. 아무것도 주지 않자 제게 작은 게를 보여주면서 이걸 보여줬으니 뭔가를 자신에게 주었으면 하면서 저를 바라봤던 그 아이가 차를 마실 때면 전 종종 생각나요.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즐기는 이 홍차 한 잔을 따기 위해 많은 스리랑카 여인들은 땡볕에서 차를 따고, 시간에 쫓기며 움직이고, 그들의 아이들은 쌀쌀한 날에 얇은 옷을 걸치고 여행객들을 따라다니고 있었으니까요. 스리랑카도 다른 나라처럼 다원에 사는 이들이 좀 더 잘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늘 있어요. 제 오지랖일 수도 있는데,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고요. 이 때 이후로 차 한 잔을 그저 찻 잔에 담긴 차만으로 보지 않고, 차가 제게 온 여정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차를 마실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드는 건 아마도 이 때문인 것 같아요.





처음으로 티 클래스를 했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그럼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친구들을 대상으로 했던 수업이었는데, 얼마나 떨렸었는지 몰라요.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무슨 생각으로 수강료를 받았었는지....;; 지금에 비하면 그 때에는 훨씬 더 부족했었던 것 같아 미안해요. 만약 그 친구들이 원한다면 수강료 받지 않고 티클래스던지 다회던지 몇 번이고 해 주고 싶어요.

 


최근 몇 년 사이 차(tea)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부쩍 늘어난것 같아요.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미디어의 역할도 컸던 것 같고요. 저처럼 차를 가지고 활동하시는 많은 선생님들, 커피만 파는 카페가 아닌 차도 파는 카페나 특히 티룸을 운영해 주시는 많은 분들의 역할도 크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많이 노출이 되고, 그걸 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어 오늘에까지 오게 된거니까요.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지친 자기자신을 되돌아 보고 싶은 마음에도 차를 많이 찾으시는 것 같아요. 그와 같은 맥락으로 명상이나 요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차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요.


(2019년 가을의 끝자락, 홍콩에서 온 외국분들을 대상으로 양미정 티 소믈리에가 진행한 프라이빗 티 클래스)



예전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차를 가르치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이 나요. 지금도 그 꿈을 간직하고 계시나요?

네~ 저는 전통적인 다도라기 보다는 제 스타일로 만든 아이들을 위한 티 클래스를 운영해 보고 싶어요. 전통 다도는 저 말고도 전문적으로 하시는 선생님들도 많으시고, 저보다는 훨씬 잘 하시는 분들이라 생각이 들어서요. 특히 저도 아이가 생기다보니, 더 관심이 가게 되더라구요. 아직 완성된 건 아니고, 조금씩 구상만 하고 있긴 한데, 언젠간 아이들과도 함께 차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티클래스를 오픈하고 싶어요. 



다이브인에서 티 클래스를 해오시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다이브인에서의 티클래스를 생각하면 와주신 분들, 특히 저를 믿고 여러 번 와 주신 분들끼리 잘 어울리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봤을 때, 전 그게 그렇게 좋더라구요! 


공지한 수업시간 내에 수업을 마쳐야 더 프로페셔널해 보일텐데  자꾸 이야기꽃이 피어 서로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훌쩍 가 있을 때, 그 때 이게 차의 힘이구나- 싶을 때도 있었어요. 차라는 매개체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서로의 마음을 보일 수 있다는 거요.

   



티 소믈리에 말고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거나 관심있는 것이 있을까요?

영상 콘텐츠요. 하하 이전에 아주 잠깐 해 보고, 저 혼자 하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워 다시 건들지도 못한.. 영상 콘텐츠를 다시 한 번 해 보고 싶긴 해요. 몇 년 째, 테마를 정하는 선택적 장애에 부딪혀 손도 못대고 있긴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물어보시니 딱 그게 생각나네요?   



앞으로 어떤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으신지요?

기존에 해 왔던 차+영화를 가지고 했던 티클래스를 좀 더 확장해 보고 싶어요. 차 자체만으로도 제게는 엄청나게 흥미롭지만, 아직 '차'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차를 영화 뿐만이 아닌 다른 분야와 콜라보를 해서 더 재미있고 즐겁게 접하실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또 다른 작업은 우리나라 차와 관련된 작업이에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국사람으로서 우리차를 잘 알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우리차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더라고요. 아직은 여러 아이디어들만 교차하고 있는 시점이지만, 언젠가는 우리나라 차와 관련해서도 잘 알릴 수 있는 작업을 해 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마음껏 해주세요! 

차가 제게 많은 힘이 되고 즐거움을 주었듯이, 많은 분들이 차로 인해 더 행복하셨음 좋겠어요. 좋은 건 나눌수록 배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차를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네요. 현재는 제 개인적인 사정과 코로나까지 겹쳐 많은 분들을 뵙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저 스스로에게도 또 저 말고 다른 분들에게도 차가 더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들이 건강한 상태로 돌아와, 눈을 마주치고 맘껏 이야기를 나누며 차 한 잔 함께 할 수 있길 오늘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