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욕망을 그리는 아티스트 '최나리'

202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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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누구나 예술적인 감수성이 있잖아요. 아트는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수단인 것 같아요. 저는 아트의 수단이나 도구로 그림을 선택했어요. 일반 사람들이 평상시에 접하지 않는 물감, 붓이 제게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도구예요. 저도 작업실 가면 하나 하나 도구 삼아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죠.


“저는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이예요.”


그 결과물로 ‘관계’도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만든 이미지가 저만의 관계를 만드는 것이죠. 제 작품이 제게 새로운 관계를 맺게 하는 것 같아서 어떨 때는 참 신기하고 재밌어요.



작업하면서 특별히 더 재미를 느낀 시점이 있나요?

그림을 그리는 건 자신의 컴플렉스로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말주변이 없는 사람들은 그림으로 표출한다거나, 뭔가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주제로 잡아서 표현하는 것에 능한 사람들이 ‘작가’라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의 작업을 대학생 때부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이성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지금까지 성장하면서 겪었던 남녀차별이나 사람과 사람과의 다른 과정을 다 그림으로 그렸던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릴 땐 제가 집중하고 관심이 있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데요. 그 결과가 하나씩 완성되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 과정 속에서 저 스스로는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던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면서 점점 성숙해지고 있었다고 느껴요. 제가 다루는 것이 인간이라서 더 그럴지도 모르죠.




말씀하신 인간을 주제로 작업을 주로 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이 사회에선 혼자 할 수 없다는 걸 일찍 알게 되었어요. 부모님이 어렸을 때 사이가 안좋았어요. 그 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것이 제 몫이었죠. 입시 때 재수 과정을 거치면서 과연 내가 무엇을 위해서 학교를 가야하나 생각했었구요.


여행을 가더라도 좋아하는 사람이랑 가야 행복하지 뭐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누구나 그렇듯이 저도 ‘관계’. ‘질투’. 이런 것들을 겪었고. 화가가 되면서 갑을 관계에 대해서 배우고.. 전에는 까칠하고 예민한 사람이었는데요. 예민할 수록 혼자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특히 학교에서 조교 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 사회화가 된 것이죠. 또래들보다는 저는 어르신들과 잘 지내거든요. 그분들의 삶을 간접으로 듣는 것을 좋아했고. 또래 친구들은 아직 애기구나. 이런 마인드가 있었어요. 그리고 사업을 해야할 때 이래야 하는구나 라는 것도 주변 분들을 통해 배웠어요. 이 모든 과정에서 여러 사람하고 그림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아요.



그림에도 트랜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트랜드가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팔기 위해 그린다는 사람은 지금까지 못봤어요. 지금은 모든 장르가 공존하는 시대예요. 손을 오래 놓고 다시 하는 것에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갤러리가 움직이는 동향을 파악하지 못할 수는 있어도. 그림은 배우면 평생 취미 삼아서 할 수 있어요. 때문에 두려움과 막막함이 그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거지. 그림은 트렌드와 상관없는 것 같아요. 트렌드는 있긴 있죠. 팝의 전성기가 있었고. 대구만 하더라도 아직까지 극 사실화를 우선적으로 쳐주거든요. 부산은 좀 더 자유로워요. 지역마다 특색도 존재하죠.




중견작가로 오래 활동하셨는데요. 처음 작업을 하셨을 때와 비교해 작가로 살아가는 지금의 환경은 어떤가요?

2008년부터 5년간 작품 거래가 붐이었어요. 제가 석사 였을 때에도 제 작품이 판매가 되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작품 거래가 거의 없어요. 한국 갤러리도 외국 작가를 소개해서 팔려고 하다보니 작가들이 그림을 알리기 위한 루프가 바뀌고 있어요. 한국 갤러리가 작가를 키워주는 건 잘 모르겠어요. 현재 신진작가를 발굴하는 전시도 소홀해졌고, 갤러리도 많이 문을 닫고 있고.. 작업실을 못 구하는 분들도 많아졌고요. 전반적으로 많이 어려워졌어요.


오히려 외국 아트페어에 자기 그림 값을 낮추더라도 외국에서 판매를 올리고, 다시 한국에 들어오면 이름값이 올라가는 케이스가 좀 더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작가는 스스로 성장해야하기 때문에 시작부터 어려워요. 페인팅은 아예 단가가 낮기 때문에 갤러리가 옛날처럼 작가를 육성해주고 광고를 해주는 전속 작가 시스템이 없어진지 오래구요. 현재는 개인전 전시 계약을 하는 것이 전부 예요.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요.


작가는 그림도 그려야 하고, 홍보도 해야하고, 설치까지 잘 해야하는 것이죠. 그렇다보니 작가들이 혼자 경쟁해나가는게 안타깝죠.


저 역시 이 경쟁의 고리에 놓이다보니, 1주일에 1번 강의 하는 것이 사람들과의 소통을 하는 유일한 창구가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인터뷰하는 순간도 그렇구요. 이런 시간을 통해서 제가 고립되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그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엿볼 수 있는지도 알 수 있어 좋아요. 강의를 통해서 그림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게 재밌어요.



작가님은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세요?

저는 숙제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만약 홍대에서 전시를 한다고 하면 홍대를 주제로 작업을 해요. 게임 회사랑 콜라보를 한다면 그 게임 상황에 몰입해서 미션으로 생각하고 그걸 그림에 반영시키는 것을 좋아해요. 호기심이 많고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간접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해요.





작가님이 생각한 작품 의도를 그대로 느끼거나 혹은 완전히 반대로 알아차린 관객이 계실까요?

네, 한 때 불안한 마음을 겪고 있는 남자친구를 만났어요. 1년간 힘들었는데요. 그때 그린 그림을 당시 산후 우울증을 겪었던 분께서 그림 속 주인공이 마치 자신 같다고 생각하셔서 제 그림을 사셨어요. 저는 이걸 그리면서 이 슬픈 그림을 누가 살까 했는데.. 이 그림을 보고 자화상처럼 느낀 그 분이 사신 것이죠.


그림은 그린 사람의 처지와 상관없이, 보는 사람들이 평가하고 받아들이는 것이구나. 생각했죠.


섹스하는 것도 예전에 그림으로 다 그렸어요. 졸업 작품으로 남자 성기에서 무지개가 나가고 여자들이 미끄럼처럼 내려가는 걸 그렸어요. 나는 그런 반응을 보는게 좋았어요. 남들이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그렸을 때 사람들이 놀래고 킥킥 대는게 재밌어요. 컬러를 밝게 쓰다보니, 뜯어보지 않으면 그 것이 사회의 어두운 면이었는지 모르는 것이죠. 저라고 힘든게 없었겠어요. 그 힘듦을 밝은 컬러와 숨겨진 상황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그림은 예쁘게 포장해서 보여줄 수 있잖아요. 뉴스가 아니잖아요. 사회의 어둡고 더러운 면을 희화화 시키는게 해야한다면 좀 더 미적으로 보여주는게 저 스스로 치유 받는 과정일 수도 있어요. 저한테는 그림은 일기같은 것 같아요. 그날그날 느끼는 것을 확대해서 그리는 것이죠. 이 사회의 모습을 30대의 사람의 모습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보는 사람이 그걸 다르게 보는게 오히려 더 좋죠. 그럴려고 일부러 얼굴 표정도 안그리는 것이고. 



사람들에게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꼭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세요?

작품을 어렵지 않고 친숙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림은 어려운 게 아니예요. 그리고 갤러리에 가는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마음 먹고 가야하는 곳이 아니라 항상 열려 있으니, 항상 향유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전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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